최근의 경기동향과 향후 전망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www.taeri.or.kr)

 세상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므로, 그 원인을 찾아내는 일은 어느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현재 전개되고 있는 현상과 장차 벌어질 현상을 가늠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누구나 아는 기초적인 상식이다. 그렇지만 이런 기초적인 상식은 흔히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전문가 사회에서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지곤 한다. 최근 우리 경제에서 벌어진 경기 회복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그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분석한 뒤에야 비로소 향후의 흐름을 대충이나마 가늠할 수 있을 터인데,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들조차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뉴욕타임스는 지난 4월 24일 ‘한국 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대다본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1분기 성장률이 0.1%에 달했다’고 보도하면서, ‘경기부양 정책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는 프레데릭 뉴만(HSBC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을 덧붙였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역시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경기회복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분석들은 원인과 전개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결과로서, 향후 경기 흐름을 내다보는 데에는 결정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빤하다. 그동안에도 이들 세계적인 경제전문가의 경제예측은 흔히 틀리곤 했는데, 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경기 회복이 왜 일어났는가를 살피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전의 과정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즉, 2008년 4/4분기에 기록한 -21%의 전기비 성장률이 어떻게 나타났었던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것이 어떻게 갑자기 급속한 경기상승으로 바뀌어 올해 1/4분기에 0.4%(연률)의 성장률을 기록하게 됐는지 알 수 있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지하 21층에서 지상으로 한꺼번에 올라간 것인데, 이런 급속한 경기회복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은 한계생산성이 아주 낮은 부문에 집중됨으로써 오히려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을 따름이다.

그거야 어떻던, 지난해 4/4분기에 경기가 왜 그토록 급속하게 후퇴했던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이다.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그 원인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수출실적(원화 기준)은 설 연휴가 끼었던 올해 1월을 제외하고는 지난해부터 줄곧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과거에는 수출이 10%만 넘어도 성장률은 7%를 넘곤 했었다). 그렇다면 원인은 국내에서 찾아져야 한다. 그럼 어떤 변수의 변동이 가장 심각했던가를 찾으면 그 원인은 이미 찾아진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변수들의 변동이 거의 없었다면 말이다. 이런 방법은 단순하고 유치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연구소가 다른 어느 곳보다 정확하게 경제예측을 해내는 데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나 연구소가 우리 경제의 회복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올해 성장률이 -4% 이상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던, 2월 초부터 우리 연구소는 경기 회복을 예측해낼 수 있었다.

그럼 어떤 변수들의 변동이 가장 심각했을까? 경기를 하강시킬 능력을 지닌 다른 변수들의 변동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환율만 큰 변동을 일으켰다. 지난해 3/4분기 말부터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환율이 급상승했던 것이다. 이런 환율의 급상승은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빌려온 외채는 물론이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도 엄청난 환차손을 일으켰다. 이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외채를 서둘러 갚았고 외국인 투자도 국내에서 서둘러 탈출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은 심각한 신용경색을 겪어야 했고, 이것이 국내 경기의 급속한 후퇴를 불러왔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융변수들은 경기변동에 대한 영향력이 다른 어느 변수보다 더 크게 나타나곤 한다. 세계사적으로 경기후퇴가 가장 심각했던 경제공황들은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 금융위기를 수반했던 것만 보더라도 이점은 틀림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같은 초장기 경기침체나 1980년대 중남미에서 벌어졌던 초 인플레이션 등도 모두 금융변수의 작용에 의한 것이었다.

우리 경제가 1/4분기에 빠른 경기상승을 이룩한 것 역시 금융변수의 급속한 호전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지난해 연말부터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되찾은 것이 현재와 같은 경기회복을 불렀다는 것이다. 물론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는 환율이 급상승하면서 한 때 1,600원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그 기간은 비교적 짧았다. 또한 환율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시장참여자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그들은 당연히 환차익을 기대했을 것이 빤하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은 완연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특히 주식시장의 활황세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국내 경제활동도 더 활발해질 수 있었으며, 경기도 급속하게 회복되었던 것이다.

그럼 향후의 국내 경기는 어디로 흘러갈까? 그것은 최근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환율 동향이 결정할 것이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면 경기상승은 지속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늦어도 3/4분기부터는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고, 올해의 연간 성장률은 2%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저명한 국내외 연구소들이나 경제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성장률의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지만, 이런 정도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정책당국이 환율방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므로, 그 가능성은 매우 높다. 다만, 정책당국이 환율을 1,300원 대에서 기어이 방어하려고 한다면, 환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고 결국은 이에 실망한 시장참여자들(국내 금융기관과 기업 그리고 외국계 투자자들)이 서둘러 외국으로 탈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국내 금융시장은 또 한 번 극심한 신용경색을 당해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경기가 다시 급강하할 것이다. 그 속도는 지난해 4/4분기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정책당국이 환율을 방어한다고 해서 환율 하락세를 막기는 좀처럼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y 4♥U | 2009/04/28 12:13 | [TAERI-Economics] | 트랙백 | 덧글(0)

경제 변동과 재화의 종류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www.taeri.or.kr)

이 세상의 재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우리에게 소비하는 즐거움을 주는 재화이고, 다른 하나는 돈 버는 즐거움을 주는 재화이다. 전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서 시장에서 흔하게 보는 상품이다. 현재의 경제학은 이 재화를 중심으로 이론체계가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흔히 이런 재화만을 상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재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재화가 하나 더 있다. 후자의 돈을 벌어주는 재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현 경제학은 이런 재화에 대해서는 거의 완벽하게 외면하고 있다.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것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경제학은 경제를 읽어내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게 과연 어떤 재화이고 경제에서는 어떤 기능을 할까?

그런 재화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일반 재화를 생산하기 위한 생산시설, 사무실 및 상업시설이나 주택 및 땅과 같이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는 부동산 상품, 주식과 채권을 비롯한 각종 증권 등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 그리고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외환과 외환선물 등 각종 외환상품 등이 있다. 생산의 주체인 기업도 이런 재화에 속한다. 현실적으로 기업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종종 거래되곤 하며, 인수합병이 아니더라도 기업은 물론이고 경영권을 매매하는 경우도 간혹 나타난다. 기업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일종인 셈이다. 그밖에, 주인이 따로 있는 상점에 권리금이 붙어서 거래되는 것도 이런 종류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소비하는 즐거움을 주는 재화’와 ‘돈버는 즐거움을 주는 재화’는 그 경제적 역할에 있어서 서로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주로 현재의 소득에 의해 소비되며, 그 경제적 역할은 이미 현 경제학에 의해 충분히 밝혀졌다. 간단히 말해서, 재화의 생산은 소득을 낳고, 소득은 분배되고, 분배는 재화의 소비를 뒷받침함으로써 경제의 순환이 지속되게 한다는 것이다. 경제의 이런 순환구조는 현 경제학의 일반균형 체계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 즉, 생산은 모두 분배되고, 분배된 소득이 생산한 제품을 모두 소비되도록 함으로써 경제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후자는 주로 과거 소득의 축적에 의해서 소비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특성은 경제 변동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재화들 중에서 생산시설은 현 경제학에서도 그 기능이 비교적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자본의 축적 즉 과거 소득의 축적이 생산시설의 건설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은 물론이고, 생산시설의 투자가 경기를 변동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우선, 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본 축적이 필수적이다. 자본 축적이 생산시설의 건설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생산시설 건설에는 비교적 대규모 자본이 소요되고, 이것은 단속적인 특성이 강하여 흔히 경기변동을 일으키곤 한다. 즉, 수요가 늘더라도 생산시설은 한참이 지난 다음에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경기의 급상승을 부르고, 한꺼번에 늘어난 생산시설은 공급 과잉을 부름으로써 경기를 다시 하강시키곤 한다는 것이다. 현 경제학은 이것을 투자의 ‘가속도 원리’라고 부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현 경제학은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이나 외환상품이나 거래되는 기업 등에 대해는 거의 완벽하게 외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재화들은 ‘투자의 가속도 원리’에 못지않게 경제변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이런 재화들은 통화의 기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서 경제의 변동에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한다. 이 문제는 경제를 읽어내는 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통화란 경제에 있어서 우리 몸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혈액이 흡수한 영양을 신체의 곳곳에 전달하듯이, 통화도 생산된 재화를 경제의 각 부문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몸의 심장과 핏줄 등 혈관계가 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마찬가지로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경제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현재 세계 경제가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고, 이에 따라 경제난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통화는 크게 두 가지의 기본적인 기능을 가졌다. 그 하나는 거래 수단의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가치저장 수단의 기능이다. 그밖에 교환단위, 회계단위, 지불수단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리고 이 기능 역시 아주 중요하지만, 이것들은 파생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거래수단과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통화의 기본적인 기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거래수단의 기능을 가졌거나 가치저장의 기능을 가진 재화는 모두 통화의 일종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부동산이나 금융상품이나 외환상품이나 거래되는 기업 등은 모두 통화의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통화의 일종인 은행예금보다는 이런 재화들의 거래 기능이나 가치저장 기능이 훨씬 뛰어난 경우가 많다. 특히 금융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호조를 보일 때에는, 예금을 찾는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주식 등의 금융상품과 부동산을 팔아서 다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때에는 그 가치가 상승함으로써 훌륭한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시장이 침체되면 이런 재화들의 통화적 기능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 거래 자체도 부진해지곤 한다. 이런 재화들은 통화기능의 변동성이 그만큼 큰 셈이며, 이에 따라 경제변동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곤 한다. 경제병리 현상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돈버는 재화’들이 일으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이다.

따라서 경제의 변동을 제대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돈버는 재화’의 경제적 특성과 역할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경제의 변동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고, 이 경우 개인과 기업은 파산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하며, 국가경제는 파국적 위기에 직면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돈버는 재화’를 경제학의 이론체계에 포섭하는 일은 어느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해야 한다.

또한 ‘돈버는 재화’들은 과거 소득의 축적에 의해 주로 거래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돈버는 재화’의 수요에 다음과 같은 독특한 특성을 부여한다. 즉 ‘돈버는 재화’는 소득이 축적되어야 소비가 이뤄지므로, 그 수요가 일어날 때까지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하고, 한번 수요가 일어나면 짧은 기간 안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 가격은 장기간 정체하다가 한꺼번에 상승하는 특성을 지니게 된다.

이런 특성은 수요의 시간이동을 부르기도 한다. 즉, 가격이 상승을 지속할 경우에는 저축을 좀 더 많이 해야 일어날 미래의 수요까지 현재의 수요에 가세하게 한다는 것이다. 저축이 충분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가격이 더 많이 올라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돈을 빌려서 ‘돈버는 재화’를 사는 것이 더 유리하므로, 미래의 수요까지 현재의 수요에 가담하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래의 수요가 현재의 수요에 가세하면, 가격은 당연히 폭등을 일으키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런 수요의 시간이동은 장차 수요의 공동화를 부르기 마련이고, 수요가 사라진 때가 닥치면 가격은 폭락하거나 장기간 정체하곤 한다. 가격의 이런 갑작스런 변동은 경기의 갑작스런 상승과 갑작스런 하강을 함께 부르곤 한다. 한 마디로, ‘돈버는 재화’는 경제의 변동에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학이 이런 재화를 외면하는 것은 경제를 읽어내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by 4♥U | 2009/03/16 12:40 | [TAERI-Economics] | 트랙백 | 덧글(0)

현 경제위기와 멕시코의 교훈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를 나타내곤 한다. 특히 1982년과 1995년에 외환위기를 당했던 멕시코 경제의 성적표는 이 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경제위기 중에서도 최악이라는 외환위기를 당했는데, 정책대응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1982년의 외환위기는 소위 ‘원조’ ‘잃어버린 10년’을 야기했지만, 1995년의 외환위기는 불과 1년여에 만에 극복함으로써 정책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증명했다. 이 문제는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위기를 위해서도 좋은 교훈이다.

멕시코는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전략을 채택하여 경제발전을 이루는 등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제발전의 역사를 거쳤다. 1930년대 초에 수입대체산업을 육성하여 산업화의 기초를 닦았고, 세계대전 후에는 본격적인 공업화 단계로 진입했다. 그 과정에서 연평균 성장률이 1931년부터 1971년까지 무려 40년 동안에 5.7%라는 비교적 높은 실적을 기록하였고, 물가상승률은 5% 미만을 유지하여 ‘멕시코의 기적’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5년에 세계 47위를 기록함으로써 선진국 문턱에 거의 도달했다. 참고로 당시에 대만은 61위였고 우리나라는 76위였으며, 일본은 23위였다(‘IMF의 구제금융사례 연구’ 7쪽, 김원호 외 5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1997년). 한 마디로 우리나라 경제보다 4반세기나 앞서나갔던 것이다.

그런 멕시코가 어쩌다가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을까? 그것은 1982년에 발발한 외환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직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였을 뿐만 아니라, 1989년까지 비교적 장기간 경기부진의 늪에 빠졌으며, 이후 경기가 회복된 뒤에도 간헐적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함으로써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곤 했다. 다만, 1995년의 외환위기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해냄으로써 불과 1년 만에 경기 회복을 이루기도 했다. 그 뒤 2000년과 2001년에는 국제수지 적자가 급증하면서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자, 성장률이 0%대로 뚝 떨어지는 등 3년 연속 경기부진의 늪에서 헤매야 했다. 외환위기는 경제의 성장에 있어서 어느 무엇보다 치명적인 셈이다. 따라서 외환위기는 원천봉쇄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외환위기가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부터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외환위기의 원인을 밝히는 일은 아주 쉽다. 외환위기가 발발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이 차례대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즉, 경기과열 → 수입 급증 → 국제수지 악화 → 외환보유고 감소 → 외채 도입 급증 → 환율 급등 → 외채 환차손 발생 → 외채 유입 중단 및 외화 유출 → 외환보유고 고갈 → IMF 구제금융 요청 등의 과정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경기과열이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인 셈이다. 여담이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는1998년에 극심한 환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위와 같은 자명한 원인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외환위기가 반복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원인을 모르면 예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1982년의 멕시코 외환위기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1976년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뒤 석유와 천연가스의 생산이 급증하면서 경제가 공전의 호황을 구가했다. 산유량이 1978년 약 4만 배럴에서 1981년 7천2백만 배럴로 급증하였으니(위의 책 12쪽),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성장률은 1978년부터 1981년 사이에 무려 8~9%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은 심각한 경기 과열이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미 1978년에 20%를 위협했고, 1980년부터는 20%를 훌쩍 넘었으며, 1981년에는 27.9%에 이르렀을 정도였다. 이처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자 멕시코 국제경쟁력은 크게 떨어졌고, 국제수지(경상수지)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여 1981년에는 GDP의 6.5%에 달했다.

1977~1982년 멕시코의 주요 경제지표(단위 : %)  

구분

1977

1978

1979

1980

1981

1982

1983

성장률

3.4

8.3

9.2

8.3

7.9

-0.6

-4.2

물가상승률

29.1

17.5

18.2

26.3

27.9

75.0

92.9

경상수지/GDP

-2.0

-2.3

-3.1

-5.4

-6.5

-3.4

3.9

자료 : 멕시코의 금융개혁 추진현황과 교훈, 장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위와 같이 경기과열이 4년이나 지속되고, 국제수지 적자도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982년 이전에는 외환위기가 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풍부한 석유매장량과 급증한 산유량 그리고 석유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에 대해 국제자본이 굳건히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채를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었다. 실제로 1978년 340억 달러였던 외채는 1981년에 753억 달러로 불과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렇지만 1982년부터 석유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1981년 배럴 당 33.0달러까지 치솟았던 석유가격이 1982년에는 28.1달러로 떨어졌고, 이후 줄기차게 떨어져 1986년에는 11.8 달러를 기록했다(이상의 통계자료 : ‘IMF의 구제금융사례 연구’ 12~14쪽, 김원호 외 5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1997년).

경제위기감을 느낀 당시의 뽀르띠요 정권은 1981년 6월에 정부예산 삭감, 수입허가제 강화, 페소화 환율방어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정부예산을 4% 삭감한다고 발표했으나, 오히려 18%나 증가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것이 경기과열을 더 부추겼고, 국제수지의 대규모 적자를 지속시켰다. 여기에다 외채의 도입마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1980년까지 미국 센트 당 2페소였던 환율이 1981년에는 3페소로, 1982년에는 10페소로 상승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 자본과 외채의 환차손이 발생하였고, 환차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외채를 갚거나 투자를 회수하면서 외환보유고가 점점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외환보유고가 고갈에 이르자, 멕시코 정부는 IMF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IMF 협상단은 1982년 1월과 5월과 6월 등 세 차례나 멕시코를 방문했지만, 12월 대통령 선거를 눈앞에 둔 멕시코 정부는 혹독한 긴축프로그램에 반대했고, 이에 따라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외환보유고는 나날이 줄어들기만 했다. 결국 8월 7일에는 IMF에 구제금융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마저 너무 늦어서 외환보유고가 완전히 바닥남으로써 8월 20일에는 지불유예(Moratorium)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1985년 8월까지 채무재조정(Rescheduling) 협상이 3년 이상 지속됐고, 그 동안 멕시코 경제난은 점점 더 심각해져갔다. 한 마디로, 멕시코 정부의 터무니없는 버티기가 파국적 상황을 불러왔던 것이다.

1982년 12월, 새롭게 출범한 델라마드리드 정권은 IMF와의 협상을 신속하게 타결 지었지만, 이때에는 외환보유고 고갈과 그에 따른 환율 폭등이 불러온 피해가 너무 크게 누적되어 있었다. 그래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했으며 물가마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빚었다. 실제로 성장률은 1982년과 1983년에 각각 -0.6%와 -4.2%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75.0%와 92.9%를 기록했다.

더욱이 1985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멕시코 정부가 IMF와의 협상을 어기고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자, IMF는 대기성차관(구제금융)의 제공을 중단했다. 잠시 동안 IMF 구제금융에 따라 외환보유고가 확충되자 국내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였으나, 다시 외환위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하면서 경기는 빠르게 뒷걸음치고 말았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1986년 성장률은 -1.3%로 떨어졌고, 이후에도 2년 동안 1% 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조금씩 안정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다시 치솟기 시작하여 1987년에는 130.8%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1984년 0.19페소였던 환율이 1985년 0.37페소, 1986년에는 0.92페소, 1987년에는 다시 2.21페소로 매년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것이 물가상승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1984~1989년 멕시코의 주요 경제지표(단위 : %)  

구분

1984

1985

1986

1987

1988

1989

성장률

3.3

2.6

-1.3

1.8

1.2

3.3

물가상승률

66.7

57.8

87.3

130.8

114.3

20.1

환율(페소/센트)

0.19

0.37

0.92

2.21

2.38

2.64

자료 : 멕시코의 금융개혁 추진현황과 교훈, 장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1988년 새로 등장한 살리나스 정권은 외국인 투자 촉진법을 제정하여 국내 산업투자 및 금융시장을 대폭 개방했고,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경제 활성화를 촉진했으며, 1982년 1,155개에 달하던 공기업을 1994년 말에는 195개로 감소시키는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했다. 또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긴축을 실시했고, 환율도 적극적으로 안정시켰다. 이에 따라 성장률은 1989년부터 1994년 사이에 연평균 3.5%라는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994년에는 7.9%까지 떨어졌다.

1990~1995년 멕시코의 주요 경제지표(단위 : %)  

구분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성장률

4.4

3.6

2.1

2.0

4.5

-6.2

물가상승률

26.6

22.7

15.5

8.0

7.1

52.0

환율(페소/센트)

2.95

3.07

3.12

3.30

3.47

6.49

자료 : 멕시코의 금융개혁 추진현황과 교훈, 장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다만, 환율상승을 지나치게 장기간 강력하게 억제하는 바람에 국제경쟁력이 약화되었고, 이것이 국제수지 악화를 불렀으며, 결국은 1995년에 또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때도 당연히 경기과열이 여기에 가세했다. 외채가 1989년 953억 달러에서 1994년 1,398억 달러로 증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재정을 외채에 의존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정을 팽창시켜 성장률을 1994년에 1993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5%까지 끌어올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1994년 1월에는 NAFTA에 반대하는 농민반란이 일어났고, 3월에는 집권당 대통령 후보가 그리고 9월에는 사무총장이 암살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정치적 불안이 심각해졌다. 그 바람에 자본의 해외 도피 및 유출이 심각하게 벌어졌다(‘IMF의 구제금융사례 연구’ 28~29쪽, 김원호 외 5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1997년 참조).

그 뒤 새로 출범한 세디요 정권은 1994년 12월 22일 자유변동 환율제로 전환하고, 1995년 1월 3일에는 민영화, 재정긴축, 국제수지 개선, 물가 안정, 임금상승 억제 등을 내용으로 한 비상경제극복을 위한 공동협약을 노동자 사용자 정부 농민이 함께 체결하였다. 1월초에는 미국과 캐나다에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이에 부응하여 1995년 2월 4일에는 G7회의가 멕시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528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IMF와의 구제금융 협상도 타결 지었다.

이런 신속한 대처로 멕시코 경제는 1995년 -6.2%의 극심한 경기후퇴를 딛고 일어서서 1996년부터는 5~6%의 높은 성장률을 2000년까지 지속했다. 물가상승률은 1995년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 급상승으로 1996년에 34.4%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꾸준히 떨어져 2000년에는 다시 한 자리 수를 회복했다. 환율 역시 외환위기 영향으로 6.49페소로 폭등한 뒤 1998년에는 9페소대로 상승했으나 1998년부터는 다시 안정을 이루었다. 그 뒤 미국 나스닥시장의 붕괴와 9·11테러 사태에 따른 세계적인 불경기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최근의 세계적인 금융위기 직전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1996~2001년 멕시코의 주요 경제지표(단위 : %)  

구분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성장률

5.2

6.8

5.0

3.8

6.6

0.0

물가상승률

34.4

20.6

15.9

16.6

9.5

6.3

환율(페소/센트)

7.60

7.92

9.14

9.56

9.46

9.34

자료 : 국제통계연감 2007, 통계청


 

이상의 멕시코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책적 대응이 얼마나 신속하고 얼마나 적절했느냐가 그 이후의 경제적 성과를 좌우한다. 그밖에도 멕시코와 비슷한 사례는 세계경제사에서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06부터 시작하여 1907년에 본격화한 미국의 금융위기는 1929년에 시작하여 1930년에 본격화한 금융위기와 많은 면에서 유사했다. 특히 금융기관의 도산 등이 불러온 금융시스템의 붕괴 위험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큰 차이가 났다. 1907년의 경기하강은 1908년부터 경기상승으로 돌아섰고,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이룩했다. 그렇지만 1930년의 경제공황은 세계 전역으로 전염되었고 그 기간도 세계대전 직전까지 10년 동안이나 지속했다.

둘째, 1987년의 주식시장 붕괴와 그 직후인 1980년대 말의 주택대부조합 도산사태 역시 1930년대 대공황을 불러왔던 금융위기에 못지않게 심각했다. 그 결과 1990년과 1991년에 각각 0.8%와 -1.0%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기부진을 겪었지만, 1992년부터는 경기호조가 이어져 과거에 불수 없었던 초장기 경제번영을 누렸다. 1930년대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던 것이다.

셋째, 바로 앞에서 언급한 1980년대 말의 미국 금융위기는 비슷한 시기에 나타났던 일본 금융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도 미국처럼 1980년대 말에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심각한 경기하강에 직면했던 것이다. 이때의 정책적 대응이 부적절하여 일본 경제는 그 뒤 10년 넘게 초장기 경기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에 미국은 당시의 금융위기를 비교적 짧은 기간에 극복해냈다.

넷째,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러온 현재의 금융위기는 1980년대 말의 미국 주택대부조합 사태와 거의 유사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 크게 다르다. 2007년부터 시작한 현재의 금융위기는 이제 세계 전역으로 전염되어 1930년대에 못지않게 심각한 경기침체를 불러왔고, 이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섯째, 1980년대 중남미의 외환위기는 십수 년에 걸쳐 진행하면서, 중남미 경제에 파멸적 결과를 남겼다.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국민소득이 오히려 뒷걸음쳤으며, 심각한 실업난과 함께 초인플레이션의 고통까지 국민들에게 안겨줬다. 그렇지만 1990년대 후반에 발생한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했고, 그 폐해 역시 1980년대 중남미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적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사례들은, 반복하거니와,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의 정책적 대응이 얼마나 신속하냐, 그리고 얼마나 적절하냐에 따라 그 경제적 피해는 크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역사적 사례들은 현재의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좋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런 세계적인 사례들의 교훈을 되새겨, 점점 더 심각해지기만 하는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할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그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것만 같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경제회복에 실패하면 어떤 결과가 빚어질까? 경제정책의 노선은 어떻게 변할까? 아직 이런 논의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대비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특히,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은 김영삼 정권의 경제정책과 거의 비슷하여 그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1998년의 환란과 비슷한 파국적 위기가 닥치거나 일본과 같은 초장기 경기부진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당시의 환란과 같은 파국적 위기가 또 닥치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당시의 외환위기 극복이 실패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따라서 당시와는 반대의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에는 더욱 파괴적인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위에서 언급한 멕시코 경제의 역사적 경험은 이 문제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by 4♥U | 2009/02/23 16:47 | [TAERI-Economic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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